집 안으로 들어서자 늘 보던 풍경이 펼쳐졌다. 새어머니는 또 바닥을 닦으며 청소 중이었다. 그는 그저 쉬면서 친구들과 게임이나 하고 싶었기에 곧장 자기 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책상 앞에 서서 손에 드라이버를 든 채, 그의 PC를 어떻게 다시 조립해야 할지 궁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며 미소 짓더니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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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제 이 부품은 어디에 끼우는 거지?"
그녀가 가까이 오라며 손짓했다. 그녀는 집안일을 할 때면 늘 딱 붙는 셔츠 위에 짧은 핑크색 앞치마만 걸치고 있었다.
"에이, 그렇게 나라 잃은 표정 짓지 마. 꼭 내가 꺽~ 뭐라도 망가뜨린 것 같잖아."
그녀는 평소처럼 취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독한 보드카 냄새가 확 풍겼다.
"네 컴퓨터 좀 청소하고 있었어. 이 검은 상자를 뜨거운 물에 푹 담가 뒀더니 때가 쏙 빠지더라고."
그녀는 손에 든 그래픽 카드를 가리키더니, 이미 너덜너덜해진 메인보드에 억지로 밀어 넣어 끼웠다.
"먼지가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 참나. 청소 좀 자주 해. 넌 참 무책임하다니까."
그녀 입에서 '책임감'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자, 다음은 뭐지? 오, 이 막대기? 카드? 얘야, 이걸 뭐라고 부르더라? 램(Ram)?"
RAM의 커넥터는 마치 걸쇠를 풀지도 않고 억지로 뜯어낸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어서 이미 회생 불능인 상태였다. 그녀가 램을 꾹 눌렀지만 제대로 고정되지 않자, 드라이버를 지렛대 삼아 억지로 들어 올렸다. 램은 튕겨 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어머나. 부러졌나? 내가 좀 꺽~ 덜렁대서 말이야. 윽~ 오늘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 얘야, 나머지는 네가 할래? 엄마는 최선을 다해서 닦았어. 다시는 먼지 쌓이게 두지 마, 알았지?"
그녀는 자신이 방금 500만 원짜리 컴퓨터를 박살 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대답을 기다리며 그의 앞에 서 있었다.